미국 반도체지원법 보조금…“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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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지원법 보조금…“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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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News 화면 캡처>

“공짜 점심은 없다.” 미국 정부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라면서 당근으로 제공하기로 한 보조금에 붙인 꼬리표에 대한 반응이다.

중국의 반도체 약진을 차단하고 미국내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한 정책이지만 결국 미국 중심주의가 반영되면서 반도체의 무기화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지원금 확보를 위한 기업과 국가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한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의 반도체 생산 지원금 심사 기준은 예상보다도 엄격했다. 심사 기준은 6가지나 됐다. 경제·국가 안보, 사업 상업성, 재무 건전성, 기술 준비성, 인력 개발, 사회공헌 등이다.

지원을 받은 만큼 정부가 수익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1억 5000만달러(약 2000억원) 이상 지원을 받은 기업은 예상이상의 초과 이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도 함부로 할 수 없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대형 은행들에게 달렸던 조항이 반도체 기업에게 적용된 셈이다. 심지에 중국에 대한 투자도 10년간 제한된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강조했던 반도체지원법은 반도체 산업에 527억달러의 연방정부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확대하고 세계 공급망을 강화하는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면에는 반도체 생산의 변방으로 전락한 미국을 다시 반도체 생태계 중심으로 끌어올려 미국의 안보를 확보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드러난다.

상무부는 이번 지원금 심사 기준을 통해 미국의 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사업을 지원하겠다면서 안보와 관련된 국가 기관에 반도체를 우선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상무부는 "경제안보를 달성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은 냉전시대에 러시아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막으면서 자국 기술 유출 방지에 심혈을 기울였다.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저서 ‘칩워’에서 미·중 간의 반도체 갈등에 앞서 1950년대에서 1960년대 사이에 벌어진 미국과 옛 소련 사이의 반도체 경쟁이 양국의 군사력은 물론 산업 경쟁력에 결정적인 차이를 불러온 요인이라고 파악했다.

정밀한 반도체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우주 로켓 등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미국은 소련이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복제하는 것을 철저히 막았고 결국은 승리를 거뒀다. 냉전 붕괴 이후 미국의 반도체 안보론은 급격히 약화됐다.

그 사이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지속적으로 흡수했고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의 유출을 막아야 하는 시급한 상황을 맞이했다.

지나 러만도 상무부 장관도 이런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러만도 장관은 반도체지원법이 국가 안보차원의 일이라면서 "군사장비, 드론, 위성은 모두 반도체에 의존한다. 대만의 TSMC에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는 국가 안보의 취약성을 더이상 이어갈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은 반도체 종주국이다. 트랜지스터 반도체를 최초로 만든 것도 미국이었다.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역시 미국에서 탄생했다. 지금도 미국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통신용 반도체, 인공지능(AI)용 반도체, PC와 서버용 등 로직 반도체는 대부분 미국이 설계한다. 그나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독보적인 위상을 떨치고 있다.

미국은 2000년대 들어 반도체 설계에만 주력했다. 미국 기업들이 생산한 로직 반도체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생산했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환경 오염 문제가 있는 반도체 생산, 즉 파운드리 공정은 미국에서 사라져갔고 고부가가치 칩 설계에만 주력했다.

반도체 생태계에서 간과됐던 이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급망 파괴 현상으로 인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미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이 있었다고 해도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부족현상은 쉽게 해소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러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미국내 반도체 생산이 절실했다.

러만도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목표를 표기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면서 “우리는 백지 수표를 준 것이 아니다”했다. 기업에도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줄여 그 자금으로 투자에 나서라는 압박인 셈이다. 그는 특히 반도체 지원법이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보다는 국가안보를 강화하려는 것임도 강조했다.

상무부는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2030년까지 미국에 최소 2개의 대규모 최첨단 로직(비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특화단지)를 신설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사실상 반도체지원법의 가장 큰 수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중인 삼성전자, TSMC, 인텔이다. 이미 자금 확보를 위한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TSMC는 애플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자신들이 더 많은 지원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미국 정부에 로비하고 있다. 인텔도 자국 기업에 더 많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200억달러 투자를 발표한 인텔은 실적 부진 속에 급여 축소, 감원, 자사주매입과 배당 축소 등 비용 절감에 나섰다.

양사의 경쟁 속에 주목할 만한 발언도 나왔다. 백악관 측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반도체지원법의 목적이 아니라고 밝힌 것이다.

미세공정에서 TSMC에 밀려 고전 중인 인텔보다는 가장 최첨단 공정으로 미국 국가 안보에 필요한 각종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TSMC에 더 많은 자금지원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기준은 인텔보다도 앞선 3나노 미세 공정을 확보한 삼성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상무부는 "각 회사가 부담할 자본 지출의 5~15%가 지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인텔은 약 25억~75억달러를, TSMC는 20억~60억달러, 삼성전자는 8억 5000만~25억 5000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

[한국아이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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