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에르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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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에르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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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가 살던 동네마다 골목대장이 한 명씩 있었습니다.

당시 골목대장이 되는 조건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는 동네에서 구슬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거나 혹은 다양한 딱지들을 많이 소유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구슬과 다양한 딱지를 소유한 그 친구를 중심으로 작은 공동체가 형성이 되고 그 친구는 자신이 소유한 구슬과 딱지의 힘으로 한동안 골목대장의 보위를 유지하게 됩니다.

한동안 자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골목대장은 어느 날 서울에서 이 동네로 새로 이사 온 친구로 인해 골목대장의 보위를 위협받게 됩니다. 그것은 서울에서 이사 온 친구가 어마어마한 신종 딱지와 시골 동네에서는 감히 구경도 못하던 신기한 모양의 새 구슬들을 다양하게 많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따르던 추종자들이 하나둘씩 더 큰 힘을 소유한 친구를 따르게 되면서 그 보위가 이전되는 소위 <권력 이동>의 아픔을 맛보게 됩니다. 골목대장의 보위를 빼앗긴 친구는 허탈함과 함께 마음 한가운데 걷잡을 수 없는 시기와 질투가 생겨나게 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하잘것없는 구슬과 딱지에 왜 그렇게 혈안이 되어 있었는지 모르지만 어린 시절 우리 동네 골목대장이라는 권력(?)을 둘러싼 작은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경쟁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이인자의 자리에서 겪는 심리적인 열등감, 바로 '살리에르 증후군'에 관한 세상 모습을 잠시 스케치해보려고 합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아마데우스>는 <안토니오 살리에르>가 평생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다가 질투심을 이기지 못해 끝내 모차르트를 독살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등장한 이후 이인자의 극단적인 열등 심리상태를 이르는 용어로 ‘살리에르 증후군이란 말이 두루 쓰이게 됩니다.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 성공한 궁정음악가 <살리에르>는 하늘이 내린 광기 어린 천재적인 작곡가 <모차르트>를 바라보며 자신이 결코 넘을 수 없는 신이 내린 천재성을 인정하면서도 방탕하고 오만한 모차르트의 행동과 모습들에 상처와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그런 재능을 주지 않은 신에게 분노하며 자유분방한 모차르트를 파멸시킬 음모를 꾸미게 되고 결국 그를 파멸시키고 자신도 평생을 그 죄책감에 갇혀 불행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1984년 <밀로스 포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만든 영화 <아마데우스>는 <피터 새퍼>가 쓴 같은 이름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실존 인물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시기하고 파멸에 이르게 했다는 역사적 근거는 없습니다만 연극이나 영화를 통해 그려진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질투와 시기를 그렸고 그로부터 이인자의 극한 열등감을 표현하는 용어인 '살리에르 증후군'이 생긴 것입니다.

실제 이름은 <살리에리>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살리에르>라 이름 붙여진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영화 <아마데우스>속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갈등의 진위 여부를 떠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 이런 '살리에르 증후군'을 수없이 볼 수 있고 이와 같은 갈등구조를 반복하며 인간의 역사가 흘러왔습니다. 지금도 그런 이야기는 우리의 모습이 되고 있으며 또 앞으로도 그런 이야기를 끊임없이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오늘날의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소설 작품들이 이런 인간의 갈등구조를 소재로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성서 속의 대표적 인물 중에 이스라엘 최고의 성군(聖君)으로 알려진 다윗 왕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합니다.

성경 <사무엘서>의 전반적인 내용은 바로 이 이스라엘의 위대한 왕 다윗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여기에 악의 축으로 대비되어 같이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사울 왕입니다.

사울 왕도 처음엔 '하나님의 기름을 부음을 받은 자 (하나님의 지명을 받은 자)'로 이스라엘 왕국의 초대 왕이 되는 영광을 얻게 됩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하나님의 말씀을 멀리하며 타락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그 앞에 나타난 '하나님의 기름 부음을 받은 또 다른 자'인 다윗을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스라엘이 큰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올 때 그 승리를 축하하는 이스라엘 여인들이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며 이렇게 외칩니다.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

이 말을 들은 사울 왕이 이때부터 다윗을 경계하며 시기하고 미워하기 시작합니다.

그를 죽이기 위한 온갖 계략을 꾸미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점차 파멸의 길을 자초하게 됩니다.

세상에서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는 자리에서 어느 날 이인자 자리로 전락했다는 자괴감이 스스로를 파멸하게 만드는 안타까운 대목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살리에르 증후군'을 느끼게 되는 상황에 수없이 접하게 되며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하느냐가 또 다른 삶의 과제가 됩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게 되었던 문제였고 그것은 다시 우리의 자식들이 커가는 가운데 반복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될 이 열등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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