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만달러 받아도 허덕이는 미국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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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0만달러 받아도 허덕이는 미국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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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릿수 연봉'...오래 전의 상징적 숫자 불과 

뉴욕의 10만달러 연봉자 손에는 35791달러

호놀룰루·DC·SF·LA에서도 매달 빠듯한 생활

텍사스 등 주소득세 없는 곳에선 다소 '여유'  


 

연봉 10만달러 이상을 받는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매달 근근이 살아가는 페이첵  페이첵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hysicianspractice.com 캡처) 

 

 

[로스앤젤레스=제이 권 기자] '6자릿수 연봉(six-figure salary)'은 오랫동안 미국 근로자들에게 성공과 재정적 위안의 이정표로 간주돼 왔다.

 

그런 만큼 '6자릿수 연봉'의 관문인 10만 달러는 상징적인 숫자다. 그러나 드넓은 미국에서 10만 달러를 받는 근로자의 실질소득은 살고 있는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주에 따라 소득세율이 다르고, 주거·생활비의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10만 달러의 구매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약화됐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 특히 주거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해온 것이 주원인이다.

 

오늘날 연봉 10만 달러의 가치는 예전 같지 않다. PYMNTS와 렌딩클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22 12월 기준으로 10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의 51%가 매달 버는 돈을 다 털어넣으며 근근이 살아가는 '페이첵 투 페이첵(paycheck to paycheck)'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이 10만 달러일 때 지역별로 소득세와 주거·생활비를 빼고 난 뒤 손에 넣을 수 있는 돈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파이낸셜 테크놀러지 회사 '스마트에셋 (SmartAsset)'이 전국 76개 대도시권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해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미국에서 10만 달러 연봉자가 가장 허덕이는 곳은 뉴욕이고, 가장 풍요롭게 지낼 수 있는 곳은 테네시주 멤피스다

 

스마트에셋은 조사대상 도시에서 연소득 10만달러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연방 세금, 주 세금, 로컬 세금을 떼어낸 세후 소득을 비교 분석했다. 또한 주거비와 생활비는 지역사회경제연구협의회(Council for Community and Economic Research) 2022 3분기 생활비 인덱스를 토대로 했다. 여기에는 주거비를 비롯해 유틸리티·식료품·교통· 생활필수품 비용이 포함된다. 

 

조사결과 10만 달러 연봉자가 세금과 주거·생활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도시는 멤피스다. 테네시에서는 주 소득세가 없고, 도시 생활비가 전국 평균보다 14%가 낮아 세후 수입은 생활비를 조정할 때 86444달러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액수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도시 톱 10에는 엘패소와 휴스턴, 샌안토니오, 포트워스 등 텍사스주의 도시 7개가 들어간다. 텍사스에서도 주 소득세가 없고, 대부분 도시의 생활비가 전국 평균보다 낮다.

 

 

높은 연봉을 받는 대도시 직장인들도 크레딧카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 미국의 현실이다. (smartasset.com 캡처) 

  

10만 달러 연봉자의 신세가 가장 '비참한' 곳은 뉴욕이다. 세금을 떼고, 살인적인 주거·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실질적으로 수중에 넣을 수 있는 돈은 35791달러에 불과하다. 조사대상 76개 도시 중 최하위다.

 

뉴욕 다음으로 하와이주 호놀룰루(36026달러)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36445달러), 워싱턴 D.C.(44307달러),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롱비치(44623달러),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46198달러)가 뒤를 이었다.

 

로스앤젤레스의 10만 달러 연봉자의 경우를 살펴보면 세후 소득은 68050달러다.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의 주거·생활비는 전국 평균보다 52.5% 높다. 이를 감안해 차감하면 수중에 넣을 수 있는 돈은 연간 44623달러다. 산술적으로 한 달에 쓸 수 있는 돈은 평균 3718달러다

 

이 정도로는 직장 이외에 문화생활, 사교활동, 여행 등을 생각하기 어렵다.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뉴욕, 호놀룰루, 샌프란시스코처럼 10만 달러 연봉자가 '페이첵 투 페이첵' 신세라는 하소연이 과장이 아니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많은 직장인들이 크레딧카드에 의존하며 생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대도시에서 산다면 오래 전부터 상징적인 연봉으로 통했던 '10만 달러'가 돈도 아닌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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