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뜨거운 식음료 관련 배상 역사…맥도날드 커피 소송부터 최근 맥너겟 소송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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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뜨거운 식음료 관련 배상 역사…맥도날드 커피 소송부터 최근 맥너겟 소송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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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소송 이후 컵과 뚜껑에 '뜨거움 조심' 경고문 새겨 

소비자 소송 우려일반 제품에도 우스운 주의사항 붙어

최근 맥도날드 치킨너겟 화상 소송서 80만달러 배상 평결   


 

맥도날드 일회용 커피컵에 새겨져 있는 뜨거움 주의 경고문 (positivelyosceola.com 캡처)

 

[로스앤젤레스=제이 권 기자] 미국에선 엉뚱하게 여겨지는 경고문구를 자주 접할 수 있다. 특히 제품의 사용법에 관한 주의사항이 그렇다.

 

'세탁기 안에 사람을 넣지 말 것', 셔츠를 입은 채 다리미질을 하지 말 것', '동물의 젖은 털을 말리기 위해 마이크로웨이브 안에 넣지 말 것', '질식의 위험이 있으니 수납용 플라스틱 박스 안에 아이를 넣지 말 것', '잠 자는 동안에는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지 말 것', '연료탱크 안의 잔여분을 확인하기 위해 성냥불을 켜지 말 것' 등은 실제로 볼 수 있는 경고문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이들 문구는 굳이 경고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지극히 당연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주의사항으로 적혀있는 이유는 소송을 당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기계나 제품 자체의 문제로 발생한 사고가 아닌 한 제품을 안전하게 다루지 않아서 일어나는 문제는 사실 소비자의 책임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런 소비자의 책임도 미리 주의사항을 세세하게 알려주지 않은 업체에게 전가시키는 게 변호사들의 능력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 담긴 헤어드라이어와 마이크로웨이브 주의사항

 

세탁기에 사람을 넣지 말라는 경고문 

 


'소송의 천국'인 미국에선 20세기 이후 변호사들의 꾸준한 지략 개발과 '노력'으로 소비자의 책임을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쪽으로 전가하는 소송을 제기해왔다. 변호사들의 능력은 반대의 경우에도 발휘된다.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 책임이 있는 문제를 소비자의 부주의 탓으로 돌리는 데도 능하다.  

    

어쨌든 제품의 주의사항은 소송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코미디 대본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뜨거운 커피나 음료를 담는 일회용 컵과 뚜껑에서 볼 수 있는 '뜨거우니 조심하라'(CAUTION HOT!  CONTENTS HOT)와 같은 경고문도 30년 전 초미의 관심사였던 맥도날드 커피 소송의 결과로 나오게 된 것이다.

 

맥도날드는 1994년 소송을 겪은 이후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문구를 컵과 뚜껑에 새겨넣었다. 맥도날드 이외의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소송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따라했다

 

맥도날드 커피 소송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1992년 당시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거주하던 79세 할머니 스텔라 리벡이 손자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맥도날드에 들러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커피를 구입했다. 

  

커피 구입 후 손자를 차를 멈춰 세웠고, 할머니 스텔라는 커피컵을 허벅지 사이에 끼운 채 크림과 설탕을 넣기 위해 뚜껑을 여는 순간 뜨거운 커피가 쏟아졌다. 커피는 할머니가 입고 있던 운동복 바지로 스며들었고, 할머니는 허벅지와 엉덩이 등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치료와 피부이식 수술 등을 받은 할머니는 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맥도날드에 2만 달러를 청구했지만 맥도날드는 800달러를 주겠다고 맞서는 바람에 결국 1994년 소송으로 비화됐다.

 

 

일회용 커피컵 뚜껑에 새겨져 있는 뜨거움 주의 경고문 



양측은 책임공방을 벌였다. 스텔라 할머니의 변호사는 맥도날드가 판매하고 있던 커피의 온도가 바로 마시기에 위험하며 화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증언을 맥도날드 품질관리인으로부터 받아냈다. 또한 뜨거운 커피로 인해 앞서 10여년간 700여건의 피해사례가 있었음에도 맥도날드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반면 맥도날드측에서는 스텔라 할머니가 커피를 마시기 전에 이미 뜨겁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커피를 쏟은 할머니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처음에 맥도날드가 배상해야 할 액수로 20만 달러를 상정하면서 피해자 과실 20%를 감안해 16만 달러를 제시했다. 그러나 스텔라 할머니의 피부이식수술 사진에 마음이 움직인 일부 배심원들이 맥도날드의 무책임성을 부각시켰고, 결국 만장일치로 맥도날드의 이틀치 수익에 해당하는 270만달러를 배상액으로 결정했다 

 

당시 언론들은 이 상징적인 배상액을 대서특필하면서 맥도날드 커피 소송이 널리 알려졌다.   

 

1개월 뒤 판사는 배상액을 64만달러로 낮췄고, 스텔라 할머니와 맥도날드는 모두 불복해 항소했지만 결국 장외에서 배상액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관심을 모았던 맥도날드 커피 소송은 배상액 규모를 떠나 1회용 커피컵에 경고문을 넣게 만들었고, 느슨했던 커피뚜껑도 탄탄하게 닫히는 형태로 바뀌도록 하는 결과는 낳았다.

 

뜨거운 커피 관련 소송은 2017년에 플로리다주에서도 한 여성이 스타벅스를 상대로 커피 컵 뚜껑이 열리면서 쏟아진 커피로 화상을 입었다며 법적 다툼을 거쳐 10만 달러의 배상을 받은 바 있다.

 

뜨거운 치킨너겟으로 인해 허벅지에 화상을 입었던 올리비아 카라발로


최근에는 뜨거운 맥도널드 치킨 너겟으로 인해 다리에 2 화상을 입었던 8 여아가 80만 달러의 배상을 받게 됐다.

 

지난 19일 플로리다주 브로워드 카운티 대배심은 맥도날드가 이 소녀에게 80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사고는 4년 전인 2019년 발생했다. 당시 4세이던 올리비아 카라발로의 부모는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에서 맥너겟 6조각을 주문하고 뒷좌석에 앉은 올리비아에게 상자를 넘겼다. 그 과정에서 올리비아는 뜨거운 너겟 하나를 다리 위에 떨어뜨렸다. 2분 동안 너겟이 카시트와 다리 사이에 끼면서 올리비아는 허벅지에 화상을 입었고 흉터가 남았다.

 

올리비아의 부모는 레스토랑이 섭씨 90도가 넘는 ‘불합리하고 위험한’ 너겟을 제공하면서 위험을 제대고 고지하지 않았고, 직원 교육이 미비했다며 맥도널드와 플로리다 지역 영업권을 지닌 업처치푸드에 소송을 제기했다.

 

맥도널드 측 변호사는 조리된 음식의 온도는 섭씨 70도 정도라고 반박하며 피부에 2분 넘게 너겟을 놔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같은 법정공방 끝에 배심원단은 올리비아의 화상에 패스트푸드 기업에 과실이 있다고 평결했다. 맥도날드에 화상의 책임은 없지만 뜨거운 음식에 대한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고, 음식의 안전한 제공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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